
KBO리그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는 오랫동안 애매한 위치에 머물러 있었다. 주전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 백업으로만 치부하기엔 팀에 주는 영향력이 분명 존재했다. 2025년, LG 트윈스의 통합우승 과정에서 그 인식에 균열을 낸 이름이 있다. 바로 구본혁이다. 그리고 그의 활약은 차명석 단장의 한마디로 이어졌다.
“유틸리티 부문 골든글러브, KBO에 정식으로 건의해보겠다.”
유틸리티 골든글러브? KBO에서 처음 나온 이야기
차명석 LG 단장이 팬 행사 자리에서 꺼낸 이 발언은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미 유틸리티 골드글러브가 존재한다. 특정 포지션에 묶이지 않고, 여러 자리에서 리그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공식적으로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KBO에도 수비상 제도가 존재하지만, 포지션별로 나뉘어 있다. 문제는 유틸리티 선수들이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여러 포지션을 오가다 보니 한 자리에서의 이닝이 부족해, 평가 테이블에 오르기조차 어렵다.
구본혁은 바로 이 구조적 사각지대를 정면으로 건드린 선수였다.
숫자로 증명한 ‘슈퍼 유틸리티’ 구본혁의 2025시즌
2025년 정규시즌에서 구본혁이 소화한 포지션과 이닝은 놀라울 정도다.
- 2루수: 35경기 220⅔이닝
- 3루수: 68경기 328⅔이닝
- 유격수: 57경기 315이닝
- 좌익수: 4경기 16이닝
총 880⅓이닝. 내야 전 포지션에 외야까지 커버했다. 단순히 ‘여기저기 뛰었다’는 수준이 아니다. 가장 많이 나간 3루수 기준으로 KBO 수비상 최종 2위에 올랐다. 투표 점수와 수비 지표 모두에서 현장의 인정을 받았다.
타격 성적도 백업이라 부르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131경기 출전, 타율 0.286, 출루율 0.364.
이 정도면 벤치 요원이 아니라 전천후 주전 자원에 가깝다.
염경엽 감독의 말이 이를 함축한다.
“올해 구본혁은 그냥 주전이었다.”
왜 사람들은 ‘KBO판 김하성’을 떠올릴까?
구본혁을 이야기할 때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이름이 있다. 김하성이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에서 유틸리티 플레이어의 가치를 완전히 새로 쓴 사례다. 2루·유격수·3루를 넘나들며 수비 이닝 1200이닝 이상을 소화했고, 결국 유틸리티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토미 에드먼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유틸리티 능력을 ‘주전급 가치’로 끌어올린 대표적 사례다. 수비 포지션이 많다는 건 애매함이 아니라 활용성이라는 걸 증명했다.
물론 KBO와 MLB는 환경이 다르다. 시즌 수, 선수 풀, 전술 구조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중요한 건 방향성이다.
야구가 갈수록 선수단 운영의 유연성을 요구하는 스포츠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있다
현장에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 “유틸리티는 아직 백업 이미지가 강하다”
- “타격이 좋으면 한 포지션에 고정됐을 것”
- “기준을 만들기 애매하다”
이런 의견이 나오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KBO에서 주전급 유틸리티라 부를 수 있는 선수는 손에 꼽힌다. 2025시즌 기준으로도 구본혁 외에는 황재균, 오태곤 정도가 의미 있는 다포지션 출전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논리는 한 가지를 놓치고 있다.
제도가 없기 때문에 선수가 나오지 않는 것인지, 선수가 없어서 제도가 없는 것인지다.
구본혁이 보여준 ‘유틸리티의 진짜 가치’
LG의 2025시즌을 돌아보면 답이 보인다.
오지환, 문보경, 오스틴 딘 등 주전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빠질 때마다 공백을 메운 선수가 바로 구본혁이었다. 라인업이 무너지지 않았고, 경기 운영이 흔들리지 않았다.
이는 단기 성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 주전 선수의 체력 관리가 가능해진다
- 장기 시즌에서 로테이션 운용이 쉬워진다
- 선수 본인도 꾸준한 출전으로 성장 기회를 얻는다
한 구단 관계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과거 신민재도 저런 길을 걸었다. 경험을 쌓다 주전이 되고, 국가대표까지 갔다.”
유틸리티는 도착지가 아니라 과정일 수 있다.
KBO 유틸리티 상,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당장 내년에 유틸리티 골든글러브가 신설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기준 설정, 후보 풀, 현장 공감대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중요한 건 논의가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 구본혁의 2025시즌이 있었다는 점이다.
한 시즌, 한 선수가
“이 역할도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는 질문을 리그에 던졌다.
결론
구본혁은 골든글러브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KBO에 ‘유틸리티의 시대’를 묻는 질문을 남겼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서 그랬듯,
언젠가 KBO에서도 ‘어디서 뛰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팀을 살렸는가’를 평가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첫 페이지에,
2025년 LG 트윈스의 슈퍼 유틸리티 구본혁이 기록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 함께 보면 좋은 글
👉 잠실 빅보이 귀환!
'스포츠 > 야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4번타자 제치고 고과 1위’ 신민재, 출루왕 공백 메운 GG 2루수 (0) | 2025.12.14 |
|---|---|
| 롯데, 아시아쿼터 ‘155㎞ 파이어볼러’ 쿄야마 영입 (1) | 2025.12.13 |
| ‘우승 좌완·10승 우완’이 8선발까지 밀렸다 (0) | 2025.12.13 |
| 잠실 빅보이 귀환! (0) | 2025.12.13 |
| 임찬규 있는 곳엔 항상 웃음 있다 (1) | 2025.12.12 |